헤즈볼라 삐삐 폭발 사건

 

레바논 전역에서 17일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가 동시에 폭발, 최소 9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다고 합니다. 헤즈볼라는 즉각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습니다.

헤즈볼라 삐삐 폭발 사건

AP 등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헤즈볼라 무장대원이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고 하는데요.폭발은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이 폭발로 최소 9명이 숨지고 2800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그중 200여명은 중태라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습니다. 사망자 중엔 헤즈볼라 무장대원 8명과 무장대원의 10세 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즈타바 아마니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도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상자 대부분은 얼굴, 손 또는 복부 주변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일부 부상자의 경우 호출이 울려 화면을 확인하는 도중 폭발을 겪었다고 알려졌는데요. 식료품점, 카페에 있거나 오토바이를 타다 무선호출기가 폭발해 피를 흘리며 다친 사진들도 온라인에 올라왔습니다. 손이 절단된 부상자도 있다고 합니다. 레바논 보건부는 사건 이후 모든 시민에게 호출기를 즉시 폐기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폭발물 조사 결과

현재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타이완산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투입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타이완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이라는 건데요.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ｇ)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된 제품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또한 무선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당국자 3명이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들은 무선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에 따른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헤즈볼라는 도청을 우려해 수년간 대원들에게 무선호출기 사용을 지시해 오고 있었는데요. 특히 엘라자리 연구원은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올 초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호출기가 이들 내부에서 주요 통신수단이 됐다면서 “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을 강타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출기를 표적으로 삼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교한 공격은 처음”이라고 덧붙였스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전역의 대원들에게 호출기를 배포했고,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에 있는 헤즈볼라 지지자들에게도 전달했다고 합니다. 다만 호출기를 언제 주문했고, 레바논에 언제 도착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여파

이스라엘의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형 폭발 사건으로 중동 전역의 확전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레바논의 임시 총리 나지브 미카티는 “범죄적 이스라엘 침략”으로 규정하고 “레바논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규정했습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이 노골적인 침략에 대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는데요.

다시 중동지역에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