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내셔널몰 잔디에 8647이라는 숫자가 보였습니다.
주초위왕
주초위왕(走肖爲王)은 조선 중종 시기(1519년), 기묘사화 당시 개혁 정치를 펼치던 조광조를 제거하기 위해 훈구파 세력이 꾸며낸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정치적 음모이자 파자(破字) 일화입니다.
'주초위왕'은 한자를 쪼개고 합치는 파자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走 (달릴 주) + 肖 (닮을 초) = 趙 (나라 조)
爲 (할 위) = 되다
王 (임금 왕) = 임금
즉, "조(趙) 씨가 왕이 된다"라는 뜻으로, 당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던 조광조(趙光祖)가 왕위를 노린다는 역모의 메시지였습니다.
홍경주, 남곤, 심정 등의 훈구파 세력은 조광조의 급진적인 개혁(현량과 실시, 위훈삭제 등)으로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그를 제거할 계획을 세웁니다. 대궐 안 뽕나무 잎에 꿀이나 단물로 '走肖爲王'이라는 글자를 씁니다. 벌레들이 단물이 묻은 자리를 갉아먹으면서, 나뭇잎에 자연스럽게 글자 모양만 구멍이 뚫리게 됩니다.
훈구파는 이 나뭇잎을 중종에게 보여주며 "하늘의 계시(천명)가 조광조에게 향하고 있어 백성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주청했습니다.
당시 개혁 피로감을 느끼고 조광조의 비타협적 태도에 유연성을 잃어가던 중종은 이를 빌미로 삼아 조광조와 사림파 유학자들을 대거 숙청하게 됩니다. 이 사건이 바로 기묘사화(己卯士禍)입니다.
미국의 8647 사건
내셔널몰 잔디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의미의 문구 ‘8647’가 발견돼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문구를 단순한 반(反)트럼프 구호가 아닌 대통령에 대한 암살 위협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날 내셔널몰 동쪽의 잔디 구역에 8647 문구가 죽은 잔디 형태로 나타난 모습이 워싱턴 기념탑 정상에서 실시간으로 찍는 카메라 영상에 아래처럼 나타났습니다.

영상에 따르면 해당 숫자는 수일에 걸쳐 잔디가 변색하며 서서히 드러나게 되었는데요. CNN방송은 “이 표식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라고 합니다.
8647의 뜻
메리엄웹스터 사전, BBC 등에 따르면 ‘86’의 영어 발음 ‘에이티식스’는 ‘거부하다’ ‘거절하다’ ‘없다’는 뜻의 영어 단어 ‘닉스(nix)’의 리듬화된 속어라고 하네요. 군대, 법 집행 기관 등에서는 특정 인물을 제거하거나 죽이는 것을 의미할 때도 사용했습니다. 또 식당에서 재료가 떨어진 메뉴를 서비스에서 제외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손님을 쫓아낼 때도 이 숫자를 일종의 은어로 사용되는데요.
여기에 47은 미국의 제 47대 대통령인 트럼프입니다.
즉 8647을 합쳐서 보면 트럼프를 거부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번 내셔널몰에 나타난 8647 표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14일)을 맞아 워싱턴 일대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발견돼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미 내무부 대변인은 해당 표식을 "정신 나간 기물 훼손 행위"라고 규정하며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5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조개 껍데기로 8647을 만든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법무부에 의해 대통령 협박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다 대통령 눈 밖에 나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 8647은 누가 한 것일지 그리고 향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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